자백합니다. 저 치팅(cheating) 했습니다.
궁극적 제거 식단(지방이 넉넉한 소고기, 기버터, 소금)을 시작한 지 3년 째인 올해, 상반기 지나면서 기버터는 식단에서 빼고 소기름으로 대체했습니다. 사실 저는 기버터가 맛이 있어서가 먹었던 것은 아닙니다. 주로 먹는 고기 부위가 지방이 적은 저렴한 부위이므로 지방을 보충하기 위해서 먹었습니다.
기버터 대신 지방층이 두껍고 저렴한 삼겹양지 부위를 압력솥에 삶아서 기름은 얼음 틀에 굳혀 고기 구울 때 먹고, 육수는 사골처럼 마시고, 푹 삶은 고기는 잘게 찢어 녹인 소기름을 붓고 소금을 약간 뿌려서 에어프라이에 구우니 바삭한 과자 먹는 느낌이 납니다.
한 두어 달 전부터는 달걀 노른자만 날 것으로 먹기 시작했고 양을 조금씩 늘려서 일주일에 한번 씩 먹고 있습니다. 아직은 몸이 이상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몇 달 더 계속하면서 내 몸의 반응을 계속 살펴볼 예정입니다. 아래 사진은 오늘 먹은 달걀노른자 여섯개입니다. 디핑 소스(dipping sauce)처럼 고기를 찍어먹었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흑흑흑.
미각이 완전히 백지 상태로 돌아갔으므로 달걀 노른자의 고소한 맛이 아주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비유를 하자면 내 남자친구를 빼앗아간 여자가 그 남자한테 차이고 그 남자는 꽃뱀한테 넘어가 재산을 탈탈 털리고 알거지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큼 고소할 듯합니다.
동물성 식품 가운데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식품은 유제품과 달걀의 흰자(날 것)입니다. 달걀 노른자에 적응이 되고 이상 반응이 없으면 다음에는 흰자도 (익혀서) 먹어볼 예정입니다. 콜레스테롤 많다고 노른자는 버리고 흰자만 먹던 멍청하고 어리석었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볼 때, 자가면역질환이 제일 식단을 철저하게 오래 할 필요가 있고 증상이 가라앉기까지 가장 오래 걸리는 만성질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몸을 공격하는 항체는 길게는 몇 년씩 잠복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가면역질환 환자는 증상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항체가 몸속에 남아있으면 다시 다른 음식을 먹으면 증상이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후추 한 톨에도 즉각 증상이 재발하기도 합니다.
철저히 식단을 하다가 그동안 끊었던 식품을 다시 도입할 때는 동물성 식품부터 한 다음 이상이 없으면 그다음 식물성 식품으로 넘어가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한 번에 한 가지 씩 식단에 도입해 조금씩 양을 늘리면서 서너 달 몸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야 합니다. 반응이 즉시 나타나지 않고 지연 반응(delayed response)을 보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식품을 한꺼번에 동시에 도입했다가 이상 반응이 생기면 어느 식품이 반응을 일으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자가면역질환 증상이 사라졌다고 “완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뇨인 사람이 식단으로 혈당을 낮췄다고 해도 탄수화물을 다시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듯이 자가면역질환 환자도 식단으로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도 끊었던 식품을 식단에 도입하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그 병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가 그 병에 취약하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 식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오늘 아침에 산책하면서 일출 사진을 찍었습니다.
햇빛은 크게 가시광선(빨주노초파남보)과 비가시광선(적외선, 자외선)으로 구성됩니다. 가시광선의 비율은 43%로 하루 중 시간대가 바뀌어도 일정합니다. 그러나 자외선과 적외선의 비율은 변합니다. 일몰과 일출 때는 자외선이 거의 없고 적외선이 대부분이며 정오에 자외선 비율이 최고일 때도 적외선은 햇빛의 50%를 차지합니다.
일출과 일몰 햇빛은 적색광 치료의 상위 버전입니다. 인공 빛은 자연의 빛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외선을 쐴 때는 반드시 적외선도 함께 쐬어야 합니다. 적외선이 자외선의 단점을 상쇄하고 보완해주기 때문입니다. 눈의 망막과 피부를 비롯해 우리 몸 곳곳에는 햇빛을 흡수하는 여러 종류의 광수용체가 있습니다. 햇빛은 생명의 원천입니다.
일출은 생체 시계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책하면서 일출을 봅니다. 그렇다고 한낮에도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라는 뜻은 아닙니다. 눈 상합니다. 안경, 선글라스, 콘택트렌즈 등으로 각막을 가리지만 않으면 됩니다. 자외선도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낮에도 한 시간 산책합니다.







고소한 맛의 치팅 시도를 축하드리며,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작가님 저서 《단지, 소고기》를 밀리의 서재에서 지난 추석연휴 동안 다 읽고 나서 저도 카니보어 식단을 시작하였습니다.
《단지, 소고기》를 읽고 나니 카니보어 식단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전에 저탄고지 위주의 식단을 1년 가까이 했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더 이상 지속을 하지 못했었습니다.
저는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저의 만성 지방간, 고혈압, 과체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카니보어 식단이라고 믿고 꾸준히 실행해 보려고 합니다.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가면역질환이라는 것이 참 몹쓸 것이네요, 무릇 모든 병(?)이 잘난 것은 없겠습니다만. 꾸준히 그 식단 유지하시는 점도 정말 존경스러울정도로 대단하시고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