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부시 정권 당시 하원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하던 커티스 웰던 하원의원은 러시아가 이란의 핵 개발을 도와줄까 걱정됐다. 러시아의 원자력부가 핵연료를 이란에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웰던 의원은 두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과 로저 위커와 함께 러시아 핵 담당 장관을 만나 이란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그러고 나서 러시아 최고 핵 연구소의 최고 핵 전문가 이프기니 벨리코프 박사가 웰던 의원의 사무실로 찾아와 “이란 핵 문제로 인해 화가 난 것 잘 안다.”라고 했고 웰던 의원은 “시간이 가면서 이건 러시아와 미국 두 나라 모두에 골치 아픈 문제가 된다.”라고 답했다. 벨리코프 박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푸틴에게 얘기했더니 푸틴이 내게 전권을 주고 러시아와 미국이 똑같이 책임을 분담하고 이란의 핵 물질을 감시하자는 제안을 하라고 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푸틴의 제안을 거절했다.
2015년 오바마 정권 당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미,중,러,프,영)과 독일, 그리고 이란은 포괄적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을 체결했다. 이 타결안의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서구 진영이 이란에 대한 국제 경제 제재를 철회하는 대신 이란은 원심분리기 일부를 봉쇄하고 우라늄 농축률을 3.67%로 유지하기로 했다. 둘째, IAEA의 감독과 사찰을 받고 핵 시설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다. 셋째, 협정 당사국의 다수(4개국)가 이란이 JCPOA 조항을 위반한다고 합의하면 경제 제재를 다시 복원한다. 넷째, 1979년 이란 혁명이 일어나기 전 이란은 미국과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지불했는데 혁명 후 미국은 이란에 무기를 전달하지 않았고 환불도 해주지 않았다. 이란은 미국으로부터 그 돈을 돌려받기로 했다.
2018년 트럼프 정권은 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란은 JCPOA 당사국인 유럽 국가들에 미국과 뜻을 같이하지 않고 이란과 교역을 계속하면 JCPOA를 준수하겠다고 1년 동안 호소했으나 유럽 국가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후로 이란도 JCPOA를 포기하고 우라늄 농축률을 높이기 시작했다. 미국이 JCPOA를 파기했으므로 이란도 JCOPA 조항을 준수할 필요가 없어졌다.
당시 존 미어샤이머 박사는 JCPOA는 그나마 최선의 해결책이었다면서 트럼프 정권의 JCPOA 파기를 비판했었다. 나는 당시 트럼프 편을 들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미어샤이머 박사는 JCPOA의 취약점이 있다면 일몰 조항(sunset clause)이라면서 이 점만 개선한다면 앞으로 JCPOA보다 나은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한다.
핵확산방지조약(Nonproliferation Treaty, NPT)은 각 나라가 평화적 목적으로 핵을 사용할 권리를 존중하고 우라늄 농축률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란은 NPT 가입국이고 JCPOA를 통해 NPT에서 요구하는 정도보다 훨씬 엄격한 우라늄 농축률과 IAEA 사찰을 수용했다. 이스라엘은 NPT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IAEA 사찰을 받지도 않는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이 핵 보유국임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에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
트럼프 2기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4월까지만 해도 트럼프 정권에서 이란과의 협상을 맡은 스티브 윗코프(Steve Witkoff)는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란이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권리를 인정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트럼프 정권은 갑자기 돌변해 이란에 우라늄 농축 완전 금지를 수용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평화적 목적으로 핵을 사용하고 농축률이 몇 퍼센트든 상관없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건 주권 국가로서 이란이 당연히 누리는 권리다. 현재 이란은 우라늄 농축률이 60%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핵무기 개발로 가는 분기점이라고 한다. 이란이 정말 핵무기 개발할 의지가 없다면 왜 60%까지 농축하느냐는 의문에 대해 사예드 모함마드 마란디 박사는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협상 중에 이스라엘은 이란을 기습 공격했고 미국은 이스라엘과 공동으로 실행한 공격임을 시인했으며 뜻밖에 이란이 거세게 반격하면서 전세가 이란에 유리하게 기울자 이스라엘은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해 이란의 핵무기 제조 역량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자축했고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에 있는 미국 중부사령부 최대 미군 기지인 알 우데이드를 폭격했다. 하지만 이란은 카타르에 미리 폭격을 알려주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에 휴전을 요구했고 일단 급한 불은 껐으나 구체적인 합의 사항을 문서로 작성한 것도 아닌 이 휴전이 얼마나 오래갈지 미지수다. 이스라엘은 휴전 협정을 위반하기로 악명이 높다. 또한 미국의 일부 군사/핵 기술/국제 정치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으로 이란의 핵무기 제조 역량이 완전히 제거됐다는 트럼프 정부의 주장은 헛소리라고 말한다. 시어도어 포스톨 박사는 이란의 핵 시설이 미국의 폭격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는 주장도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지금까지 이란이 축적한 핵 관련 지식과 기술은 핵 시설을 파괴한다고 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시설은 다시 구축하면 그만이다.
앞으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재개될지, 재개되어도 순탄하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 완전 포기를 요구하고 있고 이란은 절대로 주권 포기에 상응하는 그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란은 이번 사태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더는 신뢰할만한 협상 대상으로 보지 않게 되었고, 미국과 이스라엘 측에 이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미국의 핵 시설 폭격을 비판하지도 않았으며 편파적인 IAEA또한 극도로 불신하게 되었다. 이란은 앞으로 IAEA의 사찰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으며 핵무기가 있었다면 이스라엘이 이번처럼 자국을 기습 공격하지 못했으리라 결론을 내리고 핵무기 개발의 의지가 더욱 강해졌을 게 틀림없다. 미어샤이머 박사는 자신이 이란 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다면 이란은 이미 오래 전에 핵무기를 개발했을 거라고 말한다.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핵폭탄을 민간인들 머리에 떨어뜨린 미국과 몰래 핵무기를 개발했고 NPT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IAEA의 사찰도 받지 않는 이스라엘이 NPT에 가입했고 NPT보다 더 엄격한 JCPOA에도 합의했으며 IAEA의 엄격한 사찰도 받았고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증거도 없는 이란을 공격하는 상황.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국제 사회에서 핵무기를 개발해도 되는 나라와 해서는 안 되는 나라는 누가 결정하나? 왜 어떤 나라는 핵무기 개발 의지가 있다는 심증 만으로 제재를 받고 어떤 나라는 이미 몰래 핵무기를 개발하고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나? 왜 국제 규범은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가?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로 얻은 게 아무 것도 없다. 얻기는커녕 이란을 열 받게 만들어서 상황이 더 악화했다.
이런 내용도 모르고 미국 맹신교도들을 어쩌나...
배넌왈, 트럼프의 휴전제안은 이스라엘을 살려준거라고 (살려주기 위해서) 하더라구요. 가만뒀음 그....
근데 이란한테 하는 깡패+사기짓거리가 푸틴한테 하는거랑 비슷합니다. 이 순 사기꾼들 같으니라구!!!